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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0/31

10/1

노래의 윤곽이 보인다. 작업을 잠시 쉴 때마다 자잘한 가지치기를 하며 쉬었다. 퇴비간에 굼벵이들이 많아졌다.

당분간 매일 밤 목욕을 하기로 했다. 뜨거운 탕에서 손가락 운동을 하며 400을 세고, 냉탕에 들어가 200을 세고, 뜨거운 탕, 차가운 탕을 계속 반복한다.

 

10/2

하루 작업을 쉬기로 하다. 목이 아프다. 기술센터에 가서 광합성 세균 12리터를 받아왔다.

저녁에 삼촌과 수민이를 만나 저녁을 먹었다. 화장한 밤 하늘이 오래 기억될 것 같다.

 

10/3

작업과 전정을 반복하다. 어떻게라도 몸을 움직이고 싶다.

손가락이 온전치 못하니 기타를 거의 한 마디씩 끊어치다시피 하고 있다. 손가락 사정도 모른채 하고 왜 이리 어렵게 편곡을 하는지 모르겠다.

 

10/4

사운드 세팅 고민에 room acoustic 점검에, 별달리 생산적이 않은 일을 하다. 음악을 듣는 것 못지 않게, 음악을 '제대로' 듣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내 귀를 믿되, 믿지 않는다. 음악을 듣는 귀는 믿고, 음향을 듣는 귀는 끊임없이 회의한다.

또 태풍 소식이다. 이제 나는 진심으로 태풍이 무섭다. 정말 두렵다.

 

10/5

태풍 콩레이가 다가오고, 바람이 점점 거세진다. 빈 말통을 있는대로 가져와서 물을 채우고 대문에 덧댔다.

어린 진귤 나무들을 현관으로 대피시켰다.

노래의 draft를 보냈다.

 

10/6

간밤 잠을 설쳤지만, 그래도 태풍이 무사히 지나갔다.

태풍이 잠잠해지고, 안과에 들르러 시내로 갔다. 처음 들어간 안과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기다릴 엄두가 나지 않았고,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텅텅 빈 안과에 가서 진료를 받고 약을 탔다. 의사 선생님은 눈 안팎에 다 염증이 있다고 하셨다. 병원에 있는데 운섭 형님이 전화를 하셨다. 대문 작업을 마무리 하러 곧 오시겠단다.

 

10/7

대문에 개폐기를 달려는데 어딘가 유격이 맞지가 않다. 운섭 형님이 다시 나무를 가공해서 오기로 하고 다시 미완으로 남겨두었다.

좋은 날. 숲 산책.

 

10/8

대문 개폐기 조립 끝. 로고송 채보를 하다.

 

10/9

방제. 아미노산 1.2L + EM-B 6L + 소금 1.2kg + 유기칼슘 6L + 광합성세균 6L in 물 1200L.

작년에 조제한 유기칼슘을 다 쓰고, 올해 만든 유기 칼슘에 EM-B를 붓고 20 리터를 맞추었다.

캄캄한 이른 새벽, 풀잎으로 라이트를 비추면, 반짝, 반짝거리는 반딧불이들이 있다. 추워진 이런 날에도 반딧불이는 풀잎 뒤에서 여전히 반짝이며, 얼마 남지 않은 생을 살아간다.

낮잠을 잤다. 

Tape Op가 도착했다. 잡지를 손으로 들고, 읽고 싶었다. 들을 거리나 읽을 거리나, 촉각적인 것이 귀해진 세상이다. 

 

10/10

오늘은 병원에서 보내야 하는 시간이 많은 날이다. 아내를 혼자 두고 가는 것이 미안해서, 아침 일찍 커피 콩을 로스팅해두었다.

비행기에서 Tape Op를 읽다. Nils Frahm 그리고 Taylor Dupree의 인터뷰가 실렸다.

(...)

Tape Op: 엘피 (LP) 프레싱이 참 잘 된 것 같다.

Nils Frahm: 다이나믹이 잘 나왔다. 테스트 프레싱만  8 번을 했으니까.

Tape Op: 와우... 엔지니어는 누군가?

Nils Frahm: 나는 베를린에 있는 Dubplates & mastering에서 작업을 하곤 했었는데, 결국은 런던에 있는 알케미 스튜디오의 베리 그린트 (Barry Grint)와 마무리를 했다. 라디오헤드와 엘피 작업을 했던 실력좋은 엔지니어다. 그렇게 여러 번 테스트 한 끝에 제대로 맘에 들게 나온 것이다. 엘피를 찍을 땐, 커팅할 때 충분히 시간을 들이는 지를 꼼꼼히 지켜봐야된다. 보통은 다들 시간에 쫓기기 때문에 필요한 시간의 절반도 쓰지 않기 때문이다. 원판을 커팅하고 나서는 충분히 판을 식힐 시간이 필요하다. 70 년대엔 지금보다 훨씬 더 충분히 시간을 들여서 작업을 했다지만, 요즘은 훨씬 빠르게 판을 냉각시킬 수 있는 약품을 쓰고만다. 난 원래 이런 쪽에 관심이 없지만, 이런 식의 일처리는 영 별로다. 그러던 어느날 사람들에게 말했다. "오케이. 잘 들어. 만약 한 번 더 해서도 제대로 못하면, 난 페이스북에 이렇게 글을 남길 거야. 엘피로 음반 내는 짓은 이제 못하게 됐다고. 엘피를 만들어 봤자, 내가 맘에 드는 소리는 안 나올 거라고. fxxk you." 그리고 프레싱을 한 번 더 했고, 여전히 맘에 들지 않았다. 사람들은 정말 열심히 해주었는데, 결과는 여전히 실망스러웠다.

(...)

Tape Op: 당신은 다른 어떤 뮤지션보다 사운드를 깊이 연구하는 사람인 것 같다.

Nils Frahm: 음... 맞다. 베토벤이 9번 교향곡을 썼을 때, 그는 아무 것도 들을 수가 없었다. 만약에 내가 그렇다면, 사운드에는 신경을 쓰고 싶어도 못 쓸테고 차라리 그게 좋으려나 싶을 때도 있다. 어차피 요즘 같은 세상에 사운드에 신경 쓰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

 

- <Technology & Melody> Nils Frahm과 의 인터뷰 중

에이블톤 라이브와 랩탑 하나로 누구나 뚝딱뚝딱 노래를 만들 수 있는 이 시대에, 독일 전역을 돌며 오래된 부품을 찾아 콘솔을 만들고, 결국 베를린의 오래된 스튜디오를 직접 인수해 버린 사람. 빈티지한 공간과 악기로 작업하면서 제대로 된 엘피 프레싱을 위해 이곳 저곳을 다니지만, 제대로 세팅도 안 된 채 엘피를 들을 바에야 그냥 24 bit 웨이브 화일을 듣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조금은 시니컬한 이 사람. 닐스 프람의 인터뷰를 읽다가 나는 작년 이 맘 때 갔던 도쿄의 어느 hmv 매장이 생각났다. 2년 전만 해도 시디로 가득차 있던 그 곳은 엘피와 카세트 테이프가 완벽하게 점령한 공간으로 변해있었다. 뮤지션들은 더 이상 노이즈와 싸우려 들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을 뿐더러, 싸우기는 커녕 일부러 노이즈를 음악에 깔기도 하고 (나는 이해할 수 없지만), 또 누군가는, 이 '힙한' 노이즈를 기꺼이 듣고 즐긴다. 완벽하므로, '신이 화를 내는(lieber Gott Böse)' 시대라 그런 건가. 노이즈를 완벽하게 정복한 21 세기의 배짱일까.

한 달 만엔가 만난 선생님은, 이젠 손가락을 구부리는 운동 대신 손가락을 펴는 운동을 해야 한다며, 손가락에 끼우고 다닐 골무 하나를 만들어 주셨다. 석고 붕대 같은 걸로 손가락 본을 떠서 만드는 것인데, 뭐 잘 잃어버리는 나로서는 다음 진료 때까지 내가 잘 간직할 수 있을 지, 조마조마할 뿐이다.

나는 다시 서울역으로 가서, 부산으로 가는 KTX를 탔다. 내가 기차를 탈 무렵 엄마는 수술실로 들어가고 있겠지. 창문에 기대서 음악을 듣다가, 책을 읽다가, 뭔가를 먹다가, 잠이 들었다가, 부산에 도착했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가려고 택시를 탔는데, 택시가 가는 길이 전혀 익숙치가 않다. 부산에서 자랐지만, 부산의 항구 풍경은 언제봐도 낯설다. 병원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All melody'를 틀었다. 첫 곡의 인트로. 꽤 긴 여백의 시간에서 점잖은 히스 노이즈가 들려온다. 디지털로 코스프레한 노이즈 우겨 넣기가 아니라, 음악의 자연스런 '파운데이션'이 된다. 여전히 낯선 항구가 보이는 길을 따라 택시가 굽이굽이 흘러가고, 두터운 모듈러 신스 소리가 귀에 퉁퉁 스며들어온다. 막히지도 않는 바닷길을 달려, 몇 달 전 엄마가 시술을 받았던 바로 그 병원에 도착했다. 이제 나는 수술실이 어딘 지, 정형외과의 입원 병동이 몇 층인 지 잘 알고 있다. '수술중'. 스크린 앞에 누나와 숙이가 앉아 있다. 그리고 한 시간 쯤 더 시간이 지나고, 수술실 문이 열렸다. 침대에 누운 엄마는, 나도 누나도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 지 무슨 일이 있는 건 지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 '섬망'이 오셨네요. 옆에 계신 간호사가 얘기해 주신다. 처음으로 알게된 단어, '섬망'에 든 엄마는 문수부터 찾으신다. 지금의 엄마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은, 나도 누나도 아닌, 문수다.

 

10/11

문수와 걸었다. 병원을 오가다보면 어릴 적 살던 동네를 지나친다. 그 동네를 이젠 다리 위에서 내려다 볼 수 있게 되었다.

 

10/12

병원에 들러 엄마를 보고, 공항에 갔다. 택시에 아이팟을 두고 내렸는데, 어찌어찌 기사님께 연락이 닿았고, 기사님이 공항까지 아이팟을 가져다 주셨다. 정신이 없긴 한가보다. 그 마음 씀씀이가 감사해서 급히 사과 쥬스를 사 드리고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렸다.

 

10/13

Tweaker 세팅. 

 

10/14

뉴욕의 브룩클린에 살다 '귀촌'을 한 테일러 뒤프레의 말: "브룩클린처럼 번잡한 곳에 살 땐, 조용한 음악이 나오길래, 조용한 곳에 살면 시끄러운 음악이 나오려나 했는데, 어찌 더 조용한 음악을 하게 되네요."

나의 무력감의 근원은, 사랑하는 이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구나, 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의 아픔에 반응하는 법을 모르는구나, 에 가깝다는 걸 알았다.

타인의 고통에 반응하는 법을 배운 적이 있을까.

배울 수 있는 것이긴 할까.

 

10/15

방안 이곳 저곳을 옮겨가며, 목소리를 녹음하기 가장 좋은 방향과 위치를 찾다. High pass filter의 여부. 마이크와의 거리 (HPF 없이 40 cm 거리에서 불러보다)와 마이크의 각도 등을 실험하다. 소파의 위치를 바꿔보고, 소파 위에 담요를 덮어도 보고, 공진을 최대한 잡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았다.

 

10/16

비가 몹시 온다.

Triode와 Pentode 모드를 바꿔가며 진공관 소리를 비교하다. 마이크 가까이에서 노래를 하고 HPF를 걸고 받다. 집에서 아이팟으로 들으니 중음대에 다소간의 과장이 있다. 흔히 들리는 소리의 에러를 나도 반복하는 건 아닌 지, 내가 잘 하고 있기는 한 건 지, 자신이 없다.

이런 depth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10/17

비료 일을 동원씨와 아내에게 맡기고 부산행. 가뜩이나 비료도 늦었고, 원래 뿌리던 비료가 품절이라 대체품을 써야하는데 여러 가지로 마음이 편치가 않다. 25 포.

시내씨가 보현이 턱받이를 보내주셨다.

두건으로 써도 멋지다!

녹음한 목소리가 텁텁하다. 하모닉스가 과한가.

수술한 지 일 주일이 지난 엄마는 잘 회복 중이다. 부산까지 오지 말라고, 올 필요 없다고만 말씀하셨는데, 옆에 계신 환우께서는, 아침부터 나를 그렇게 기다리더라며 귀띔을 해주신다. 하긴, 엄마가 어릴 적 할머니는 엄마가 시골에 내려가는 날이면 아침부터 구판장 앞에서 엄마를 기다리셨다지.

차의 타이어에 펑크가 나서 임시로 땜질을 했다고 아내에게 연락이 왔다.

집으로 오는 길에 문수 밥 거리를 사러 마트에 들렀다가, 돼지국밥 집에서 저녁을 먹었다. 벽에 이진아의 싸인이 걸려있어서 한참을 혼자 웃었다. 집에 돌아와 문수의 밥을 만들다 손을 베었다. 꽤 깊이 벤 것 같다. 나까지 병원에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 혼자서 응급 처치를 했다. 

 

10/18

아침까지도 피가 잘 멎지 않는다. 다시 지혈을 하고 밴드를 갈아 붙였더니 조금 나은 것도 같긴 한데 여전히 걱정이다. 내 손에게 정말 미안한 한 해로구나.

백화점에서 엄마가 신을 편한 신발을 하나 사서 병원에 두고, 다시 집으로 와서 문수와 송정 바닷가에 갔다. 언덕과 백사장을 오래오래 걸었다. 저녁이 되어 혹시 추울까 싶은 마음에 파카를 병원에 가져다 드리고, 문수 밥을 몇 통 더 만들어 놓았다.

 

10/19

아침 일찍 문수와 청사포 산책. 이곳에 있는 동안 만큼은 열심히 함께 걷고 싶다.

병원에 들렀다가, 공항으로 가기 전, 오래 전 살았던 동네에 갔다. 이곳도 곧 재개발이 될 지 모른다는데, 그래도 아직 있어주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이 곳은 나에겐, '고향 속의 고향'이다. 길을 걷다가, 울창해진 벚나무도 한 번 쓰다듬어 보고, 문방구와 레코드가게가 있던 상가도 들어가 보았다. 동사무소 앞을 지나는데, 따뜻한 햇살 아래로 예쁜 주황색 딱새 한 마리가 보였다. 사진을 한 장 찍으려는데, 누군가가 지나가며 '폴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조금 더 걸어 내가 졸업한 초등학교를 지나, 일요일마다 온 가족이 갔던 목욕탕에 들어갔다. 탈의실도, 욕탕도 그대로다. 한두 명 있었을까. 한산한 목욕탕에서 목욕을 하고, 탕 앞 밀면 집에서 밀면을 먹고, 지하철을 타고 공항으로 향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샘이 출연한다는 모모 라디오에 잠시 목소리 출연을 하였다. 방송을 하던 중 미선이의 'sam'이 생각났다.

자기 전에서야 밀면 집에 손가락 골무를 두고 온 걸 알았다. 그럴 줄 알았다.

내가 없는 사이 아내가 가을 비료를 모두 뿌렸다. 총 24포 (480 kg).

 

10/20

벼르고 벼르던 생태화장실 수리를 마쳤다. 타카와 콤프레샤를 빌린 김에 거실에 부서진 벽도 손을 보았다. 청명한 날.

귤이 무럭무럭 익어가는데, 대과가 많아보인다. 작업실 스피커 아래에 오석을 깔았다.

 

10/21

올 여름엔 휘파람새 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구나. 아내와 산책을 하던 중, 콩새가 있다며 아내가 망원경을 건네주었다. 집안에 말벌이 들어왔다.

 

10/22

운섭형님께 콤프레샤를 돌려드리며 토란국을 선물했다. 미루고 미루던 트럭 수리를 맡겼다. 공업사까지 가는 김에 차 수리도 했는데, 점화 플러그와 뒷 문 수리를 하고 돌아왔다. 간만에 몹시 음침한 날씨다. 아내의 번역서 재교지가 왔다. 보일러를 켰다.

 

10/23

밤새 보현이가 토를 해서 걱정이다. 화정이와 윤아씨가 오두막에 와서 곧 나올 엘피 마스터 음원을 함께 들었다. 선물을 할 마그넷샘플을 여러 개 가지고 와주었다. 깨지고 버려진 유리병들이 이렇게 반짝이는 보석이 된 거로구나.

다른 걸 다 떠나서, 세상의 많은 사운드를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자동차 서비스 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LPG 기화기에 문제가 있는 듯 한데, 적어도 오십만 원은 들 것 같단다. 고쳐서 오래 쓸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해보겠는데, 그것도 보장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일단은 고쳐달라고 얘기를 했다. 잠을 설쳤다. 밤새 아기 고양이 소리가 들린다. 보현이가 침대에 올라와 내 곁에서 잠을 잤다.

새들이 파먹은 귤이 많아진다. 그렇게 맛있냐.

 

10/24

장독대 사이에 아기 야옹이가 있다. 밤새 울던 그 아기인 것 같다. 장독대 근처에 먹을 것을 주거고 작업을 하러 갔는데, 아내는 고양이가 하루 종일 장독 위에서 놀고 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손님용 매트리스를 오두막에 가져갔다. 매트리스를 스피커 후면에 두고 소리를 체크해 보았는데. 보컬의 전 음역대가 흡음되면서 음량도 줄어든다. 답답한 느낌이다. 실패.

Creamer +과 HV-3C를 같이 쓰는 것: 레벨 매칭이 어려운데, 두 가지 케이스를 실험해 보았다. HV-3C의 게인: 18db (button A engaged) 라인으로 빼서 Creamer +로.  C+ setting: pentode mode, 9 시 방향 게인 설정.

어렵다. 110 Hz 컨트롤이 참 힘들다.

 

10/25

야옹이 소리가 작고 뜸해졌다. 걱정이다. 촬영팀이 답사를 오기로 한 날이라, 부산에 가지 못했다. 엄마는 무사히 퇴원을 하셨다.

운동을 했다. 더운 날. 내복을 잠시 벗었다.

고양이가 안 보인다. 다행이다 싶으면서도 섭섭하다.

우리는 어떤 소리를 멀게 혹은 가깝게 느끼는 걸까.

마스터링 할 곳을 찾아보다. 한 군데가 생각난다.

트럭 수리가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고칠 곳이 한두 곳이 아닌데, 정기 검사일이 다 되었으니, 우선은 검사부터 받기로 했다.

단골 식당에서 새로 개발중이라는 디저트를 서비스로 주셨다.

 

10/26

비. 아침부터 다시 아기 고양이가 우는 소리.

HV-3C -> Creamer+ triode mode로 노래와 코러스를 녹음했다.

 

10/27

당연한 얘기겠지만, 세상이 완벽하지 않듯, 과수원도 그렇다. 과수원의 나무들은 모두가 다른 모습으로 산다. 수형도 건강 상태도 다르다. 어떤 나무는 튼튼하고 또 어떤 나무는 약하고, 벌레와 분투하는 나무가 있고, 벌레 하나 없이 사는 나무도 있다. 여기 저기 상처가 난 탓에 도장지가 수북하게 난 나무도 있고, 상처 없이 곱게 곱게 자란 나무도 있다. 주지 하나가 잘린 채 근근히 생을 이어가는 나무가 있는 반면, 딱히 전지전정조차 필요 없이 거의 완벽한 수형으로 사는 나무도 있다.

올해의 마지막 방제다. 아미노산 1.2L + EM-B 6L + 소금 1.2kg + 키토목초 6L + 광합성세균 6L in 물 1200L.

몇 백 그루의 나무 모두를 행복하게 해 줄 수는 없지만 최대한 많은 나무들이 아프지 않고 병들지 않고 배고프지 않게 돌보는 것. 그게 내 일이다. 

집 근처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하다.

 

10/28

고양이들이 밥을 싹 비웠다.

베이스 톤 잡기가 문제다. 오래된 flat-wound 줄 + short scale + 오래된 (69 년 형) 세미 할로우 바디 =  윤곽없는 저음과 배음의 문제, 로 귀결됨.

 

10/29

촬영. 근사한 그림 따기에 우리 오두막과 과수원만한 곳이 없나보다.

촬영 중간 중간에 아날로그 서밍 테스트를 했다.

일을 다 마치고, 저녁 겸 다올이와 성민이와 저녁을 먹고 맥파이 맥주를 사주었다.

 

10/30

아침부터 작업을 하다가 결국 뻗어버렸다. 체력도 방전인데 결과물도 별로다. 우울하고 무력하다.

 

10/31

흐리고 약간의 비.

트럭을 찾아서 검사소에 갔다. 소음기가 부식되어서 아예 없으며, 매연도 기준 초과에, 번호판 등등 고칠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결국 다시 서비스 센터에 재입고하였다.

카페 그 곶에 가서 귤을 드렸다. 배와 빵을 선물로 주셨다. 

바닷가를 산책했다. 바람이 차지만은 않다. EQ 공부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