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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JF2019, 2/1-2/28



set list @ SJF2019

  1. 안녕, (#8)
  2. 평범한 사람 (#4)
  3. 봄눈 (#4)
  4. 바다처럼 그렇게 (#8)
  5. 스며들었네 (#7)
  6. 바람, 어디에서 부는 지 (#3)
  7. 아직, 있다. (#7)
  8. 불 (#5)
  9. 은하철도의 밤 (#8)
  10. 걸어가자 (#4)
  11. 어부가 (#5)
  12. 고등어 (#4)

(photos by Yoonseung Cho et al.)


일 년만에 선 무대에 함께 해 주신 분들, 여러 물고기님들 고맙습니다.

계속된 연습과 변덕스런(!) 편곡을 마다않고 함께 해 준 윤성씨, 파코, 호규, 진수, 동진. 정신없는 백스테이지에서 부지런히 기타를 튜닝해 준 본창. 고맙습니다. 고맙다.

엔지니어 정오형, 안테나 공연팀 매니지먼트팀 여러분들. 리허설과 공연 내내 큰 배려를 해 주신 SJF 스탭 여러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벅차고 행복했던 만큼 또 많은 숙제를 안고 무대를 내려왔습니다. 해도해도 끝이 없는 숙제지만, 차근차근 해 나가겠습니다.

공연장에서 다시 인사드릴, 환한 연말을 기다리며

폴 드림




2/1

긴 잠에 빠진 기타들을 하나하나 "깨웠다." 이번 잠은 꽤 길었구나. 가자.

소리의 차원에 대하여. Ableton live와 Synth 공부를 하다. 'Organic and Proud'의 악보를 그려 보내드렸다.



2/2

미세 먼지가 많다.

송광사 예불 음반을 찾아꺼냈다. 오두막에 들러 과수원을 둘러보고 가족 여행의 항공권을 끊었다. Live 10을 컴퓨터에 깔았다. Pro tools에 비하니 가볍고 산뜻하다.

Ann Annie 가 연주하는 21 세기의 드뷔시. 나무 한 그루가 여러 생장 모듈의 총화로 살아가듯, Rings, O_c, Clouds, Hermod 같은 모듈이 모여 음악 나무가 된다.

긴 요가. 내 몸은 내 것이 아닌 것 같을 때가 더 많다.

소리를 채집한 뒤, 잘게 자른다. 자른 소리들을 다시 이어붙인다. 소리의 길이도 바꾸고 위치도 바꾸고 바꾸는 방법도 바꾸면서 새로운 소리를 만든다. 이렇게 granular synthesis를 응용해본다. 보현의 소리를 녹음한 뒤, '소리의 DNA'를 추출해서 새로운 '악기'를 만들다.



2/3

2017년 11월. 어느 눈이 많이 오던 날, 청주 공항에서 전주로 가는 차 안에서 썼던 곡. 도 레 미 솔 라 로만 만들었던 곡. 그날 저녁 공연장에온 전주 관객들께 앵콜 곡으로 연주를 해드렸었지. 그땐 제목도 없었다. 뒤늦게 이름 지어진 "눈 오는 날의 동화"를 녹음했다. tempo 70. Spitfire Softpiano.

VCV Rack을 공부하다. 더 잘 이해하고 싶다. Jaskulke의 음악을 알게된 이후, Verdi's Tuning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기준이, 과연 정말 당연한 것일까.

우리는 무엇을 소음으로 정의하는가. 인간이 개입하지 않은 자연계에도 소음이 존재하는가.



2/4

입춘. 과수원에서 유채잎을 따와 나물을 해 먹었다.

강수희님, 이하나님에게서 메일이 오다. 제주 - 부산 항공권을 끊다.

VCV Rack 공부.

Federico Durand을 들으며 요가. Baddha Konasana. Virasana. Supta Virasana.

옆집 삼춘과 형님께 드릴 명절 선물을 사오다.



2/5

맑은 날이다. 실은 설인 지도 모른 채 아침을 맞았다. 요즘엔 시간이 어떻게 가는 지도 모르고 산다. 떡국을 먹고, 보현에게 귤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시내씨와 동원씨가 준 선물이다.

바닷가에 아무도 없다. 보현과 텅빈 바닷가를 걸었다. 가족들께 차례차례 인사 전화를 하고 이웃들께도 선물을 드렸다. 등대집 삼춘이 빙떡과 숭어회를 갖다 주셨다. 외삼촌과 숙모, 태훈이와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대부분 식당이 문을 닫았는데 읍내의 감자탕집 한 곳이 '겨우' 문을 열어서 감사히 저녁을 해결했다.

저녁을 먹는 내내 'Suo gan'의 멜로디가 떠올랐어.



2/6

연휴 끝. 나에게는 아무 의미 없지만.

아침 일찍 온갖 재료를 넣고 죽을 끓여두었다. 든든하다.

Live10 공부. 새로운 DAW의 단축키를 익히는 게 가장 중요하다. Federico Durand의 여러 앨범을 듣다. 숭어회로 생선전을 만들어 먹었다. 은주가 보내준 생강청을 먹었다. 돈나무에 깍지벌레가 너무 많다. Tape Op를 주문했다. 책 값보다 배송비가 훨씬 비싸지만, 그래도 손에 들고 잡지를 읽는 게 나는 훨씬 좋다.



2/7

Ableton Live 10.1 beta 업데이트. 베타 판이라 해도 되는 건 지 모르겠는데 에라 모르겠다.

비가 오면 갈매기들이 집앞 포구로 몰려든다. 갈매기들은 모두 바람을 맞으며 웅크리고 앉는다. 새는 결코 바람을 등지는 법이 없다. 새는 바람을 피하지 않는다.

Verdi's tuning에 대한 계속되는 고민. 1939년 A4=440 Hz로 정해지기 이전의 튜닝은 그보다 낮았다. 최근 음반과 음원들이 'Loudness war'를 벌이고 있다면, 근대 유럽에선 'Tuning war'가 있지 않았을까. 더 높이. 더 높이. 더 강렬하게. 2019년에 사는 나조차도 A4=442 Hz를 쓸 때가 있는데.

10대 때 그렇게 좋아했던 Suzanne Ciani를 다시 발견하다. 여전히 우아한 그의 표정 그리고 말투.



2/8

춥다.

파도소리가 없는 삶이란 상상도 할 수 없다는 수잔에게, 'wave'는 어떤 의미일까.

오두막에서 악기를 가져왔다. 정확하지 않고 예측이 불가능한 소리의 매력은, 우리가 사람에게서 느끼는 매력과 그리 다르지 않다.



2/9

춥다. 약간의 눈발과 비가 내린다.

Maha Mudra와 Janu Sirsasana를 하다. 시애틀에서 책을 주문했다. standalone granular synth는 어떨까. 게다가 polyphonic인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힘들다는 GR-1 얘기다.



2/10

원우형의 결혼식에서 동률과 혈형을 만났다. 나는 축가를 부르고 동률이 피아노 반주를 해주었다. 오며가며 '우리는 우주의 먼지입니다'를 읽다.

음악적 우연과 의도에 대한 생각.

GR-1은, 지금 주문을 해도 3 개월은 더 걸린다는 답장이 왔다.



2/11

진눈깨비 내리다.

VCV Rack으로 Mutable Inst.의 모듈을 하나씩 익히고 있다.

마우스로 더 많은 것이 가능해질수록, 사람들은 직접 노브를 만지고 돌리고 케이블로 모듈을 잇고 끊는 촉각의 기쁨을 더 갈구하게 될 지도 모른다.

보현을 목욕시켰다. 풍성한 털에 물이 묻으니 꼭 예쁜 기러기 같구나.

창고의 경첩이 부식되어서 문이 떨어져 버렸다. 철물점에서 경첩과 문고리를 사왔지만 막상 맞춰보니 나사구멍이 반대다. 결국 다시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2/12

온화한 그리고 맑은 하루.

간만에 보현과 공놀이를 하다. 동하에게 모듈과 케이블 배달을 부탁했다. 시애틀에는 폭설이 왔다고 하는데 우편물을 받는데 지장은 없을지. 돈나무에 낀 깍지벌레 소탕 작전을 벌이다. 벌레가 무슨 죄가 있을까마는 그렇다고 나무를 죽일 수는 없다.

오전 내내 랩탑을 붙들고 VCV Rack과 Live 사이에서 씨름하다. Stages 사용법을 익혔다. 악기도 없는데 유튜브만 가지고 공부를 하다보면, 마치 쉐도우 복싱을 하는 권투 선수가 된 것만 같다.

보현을 맡기고 돌아와 표를 출력하고 잠이 들었다.



2/13-15

가족 여행.



2/16

이수지 작가님의 선물이 도착해있었다. 이른 아침, '강이'를 읽고 말할 수 없는 빛으로 마음이 물들었다.

물창고의 경첩 교환 2차 시도. 또 사이즈가 안 맞네.

소리 채집 시작.



2/17

Live와 Max for Live로 작업 시작. Granulator II로 악기 패치를 하나하나 만들다. 손이 머리를 앞서는 이런 직관적인 작업은 뒷날 재현을 못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save, save, backup이 중요하다. 그렇게 Song#2를 시작.



2/18

강수희님으로부터 선물이 왔다. 온갖 씨앗들과 편지에 담긴 마음. 보내주신 엽서를 손님방의 액자에 넣어두었다.

소리 채집을 하다. Song#2 준공.



2/19-21

멀리서 친구가 왔다. 내가 사는 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만나고, 곳곳을 함께 나누는 것도 꿈 같지만, 우리가 그리 멀리 떨어져 살고있는 건 아니로구나 하는 마음이 든 것이, 더 꿈 같다.



2/22

따뜻하고 바람이 불고 미세먼지가 있는 하루.

일상으로 돌아오긴 했는데 새벽 4시면 눈이 떠지는 것이 이상하다. Olivier의 workshop을 들으면서 주방 일을 했다. 아내가 커다란 방어 대가리를 사와서 손질을 했다. 경첩이 하나하나 도착하는데 어찌 맞는 게 하나도 없을까. 상순과 길게 통화를 했다. 미미가 멀리 갈 날이 멀지 않은 것 같단다.



2/23

맑음.

정말 오랜만에 늦잠을 자다. 미미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고 상순이 연락을 주었다.

아내가 현상의 밭에서 비트를 캐 왔다. 나는 잘라낸 나무 가지를 마당으로 옮겨서 키토 목초액을 뿌려두고 나무에는 깍지벌레 약을 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농약이란 걸 친 날. 고글을 안 껴서 그런지 눈이 욱신거리고 아프다.

소리 채집 중 노루 한 마리를 만나다.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연구원 시절의 실험 노트처럼 써볼까 싶다.



2/24

마당일을 하다 보니 비자나무 사이로 무언가 반짝, 하는 게 보인다. 현진이가 그렇게 찾던 공이 가지 사이에 걸려있다. 그것도 모르고 집 앞 차 바닥까지 뒤지고 찾았었지. 나도 모르게 풋, 웃음이 나왔다가, 친구도 친구의 가족들도 모두 보고 싶어졌다.

아침 산책길. 분화구 계단 앞에 납작하게 엎드려 죽은 생쥐를 묻어주다. 잘린 낑깡나무 가지 사이에 새둥지 하나가 내쳐져 있다. 오후에 화정이 와서 얘기를 나누고 저녁을 먹었다.

무언가와 혹은 누군가와 이별할 때, 여기까지구나 싶을 때가 항상 있었다. 화정과 얘기를 나누는데 그 숱한 단절의 순간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고민을 하고 있다지만 이미 결정을 했을 것이다. 이미 내려진 결정을 스스로에게 어떻게 말해줄 지를 고민할 뿐이지.

보현과 산책을 3 번 한 날.



2/25

맑음.

올해 첫 과수원 일을 하다. 나무도 사람도 이곳에 함께 사는 모두가 덜 다치기를 기도하며 나무 사이로 액비를 뿌렸다. 그런 고사 아닌 고사를 지내고 입구부터 전정을 시작했다. 작년에 유독 잘 돌보지 못한 나무 한 그루를 '이발'하는데에만 Federico Durand의 앨범 한 장이 훌쩍 흘러갔다.

목욕을 하고, 윤정씨네 귤나무를 같이 보고, 순두부를 먹고 돌아왔다. Clouds와 uRings 모듈 주문하다. 이수지 님께 답례로 음반을 보냈다. '검은 개'가 있는 6집을 보내드리고 싶었다.

Taylor Deupree의 트윗에 혹해서 Quanta를 샀다. 오실레이터와 노이즈를 granular synth 소리에 섞을 수 있다니 신박하구나. 4 채널 믹서 모듈을 주문하였고, 서울행 표를 엄청 비싸게 그러나 운 좋게 겨우 끊었다.



2/26

쾌청.

생각보다 일찍 충무로에 도착했다. 여유롭게 필름을 사고 병원으로 갔다. 친구 앞에 누워서 아- 하고 입을 벌리는 기분이라. 동하가 내 이를 보더니 스케일링만 잘하면 오래 잘 '쓸 수 있을 거'라는 얘기한다. 내 몸을 내가 '쓴다'는, 그 표현이 참 묘하다. 직접 스케일링을 하려던 친구는 무슨 이유로 마음이 바뀌었는 지 위생사분께 자리를 넘기고 사라졌다.

스케일링을 마치고, 예전에 살던 동네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시고 헤어졌다. 이제 곧 친구는 다시 먼 곳으로 돌아간다. 두번 째 병원의 선생님께서는, 잘 회복되고는 있지만 여전히 휘어있는 손가락을 완전히 펴려면 꼭 부목을 하고자야 된다, 는 당부를 하셨다.



2/27

섬휘파람새 소리가 많이 들리는 요즘. 마당에 수선화 꽃이 노랗게 피었다. 길 위에서 죽은 멧비둘기 한 마리를 신문지로 싸 안고 돌아왔다. 오후에는 보슬비가 내렸다. 경첩을 달고 손잡이를 갈고 대문 발 받침을 달고, 숲으로 가서 비둘기를 묻어주었다. 비둘기의 무덤 위에 갓 핀 수선화 세 송이와 측백나무 이파리를 올려두었다. 노루를 보았다. 아내가 서울에 가져갈 민어를 샀다.

늦게까지 Patch & Tweak을 읽다. 또 다른 'Rabbit Hole' 속으로 저벅저벅 들어가고 있다.



2/28

미세먼지가 있는 날. 아내가 서울에 가는 날.

번역 원고를 보냈다. 모듈 공부, 구매, 검색으로 하루를 보내다. Patch & Tweak의 앞뒤를 오가며 읽다.

Generative Music에 대해 생각하다. 문득 내가 일하던 실험실의 이름이 생각난다.

'Regenerative music'을 할 수는 없을까.


Playlist in February 2019

  1. Ann Annie - Clair de Lune (composer: C. Debussy)
  2. Amethysts - Imitate me
  3. Lolo Zouaï (feat. Blood Orange) - Jade
  4. Amber-Simone - Only you
  5. Federico Durand - La Niña Junco (full album)
  6. Ambrosian Junior Choir - Suo gan
  7. BRIDGE - Secrets
  8. Stwo (feat. Roy Woods) - You, world, or myself
  9. Suzanne Ciani - Quadraphonic sound performance (live)
  10. Shuttle358 - Edule
  11. Unsuk Chin - Violin concerto, Mouvement III
  12. Courage (feat. Bellah & Kadiata) - Long way up
  13. Toro y Moi - Freelance
  14. Julie Byrne - Sleepwalker (live)
  15. Giorgio Tuma - St Nicholas' blue melody
  16. Natalie Evans - Pavements
  17. Beauvois - Daylight
  18. The unthanks - Shipbuilding
  19. Ólafur Arnalds - ekki hugsa
  20. Baths - Clarence difference
  21. Urulu - Mellow Yellow
  22. Nils Frahm - Sweet little li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