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nu Close

글쓴이: 폴 (page 1 of 10)

가을인사 그리고 8/6-9/8

모두들 잘 지내시나요. 오랜만에 안부 전합니다.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여기는 아직 여름 기운이 조금 남아있지만, 그래도 가을은 가을이네요.

그동안 새 앨범에 실릴 곡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제부로 곡 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지금부터는 만든 곡들을 몸에 천천히 새기고 다듬는 시간을 가지려 합니다. 몸에 노래들이 완전히 흡수될 때까지 서둘러 녹음을 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번에는 저의 목소리와 20 년 지기 기타로만, 최소한의 더빙으로, 앨범을 만들어보려 합니다.

그동안 곡들을 꽤 써왔지만, 문득 돌아보면 이 곡을 내가 어떻게 만들었 지, 기억이 잘 안 날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꼼꼼히 기록을 하려고 하긴 했는데... 노래를 만든다는 건 여전히 참 희한하고 신비한 일입니다. 분명히 내가 한 건데, 조금만 지나도 내가 한 거 같지가 않아요.

저는 아직 촌스러워서 싱글도 EP도 아닌 정규 앨범을 생각하며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노래가 많이 만들어져서, 어떻게 나눠 들려드려야 가장 좋을까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곡이 안 써질 때에 비하면, 아주 행복한 고민이긴하지만요.

어제는 R.E.D 캠페인을 위해 만들었던 곡들이 공개되었습니다. 작년 겨울부터 두 계절 내내 매달렸던 곡들입니다. 많이들 들어주시면 좋겠습니다.

10월 중순에는 서울 숲 재즈 페스티벌에도 참여합니다. 윤성씨와 호규가 이번에도 저와 함께 해주십니다. 그러고 보니 윤성씨를 처음 만난 지 올해 10 년이 되는 해네요.

종종 또 소식 전하겠습니다. 모두 평안하시길.

폴 드림.

더 읽기

6/26-8/5

6/26

가지꽃이 피었다. 날이 흐리다.

아내가 서울로 갔다. 오래된 절집에 해바라기가 피었다.

더 읽기

6/1-6/25

6/1

6:52am

아침 산책, 조니 미첼을 듣다.

더 읽기

5/2-5/31

5/2

더 읽기

3/19-5/1

3/19

보슬비가 내리는 저녁.

더 읽기

2/14-3/18

2/14

옆집 어르신들께 늦은 새해 인사를 드렸다. 동진과 통화를 했다. 동쪽 어딘가에 거처를 구한 모양이다.

더 읽기

1/16-2/13

1/16

2011년의 연말. 어느날, 연한 노란빛 옥수수가 침묵을 깨고 꿈틀대며 소리를 냈다. 옥수수들의 대화가 - 세계 주요 패권국 중 하나인 - 영국의 브리스톨에 있는 어느 대학 연구실에서 처음 포착된 것이다. 꽤 큰 소리로 재잘대고 티격티격대는 식물의 소리가 정밀한 공학용 레이저 기기를 통해 우리의 귀로 전해져왔다. 식물들도 소리를 낸다는 것, 소리를 들을 수 있고, 들리는 소리에 따라 행동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인정한 공식적 사건이었다.

(...)

개인적으로 나는 늘 스스로를 식물 세계, 혹은 더 넓게 말해 자연을 관리하는 존재로 여겨왔다. 하지만 나는 이제 더이상 스스로를 나와 다른 세상에서 떨어뜨려 놓은 채 그들의 지배인인으로 여기는 위치에 있고 싶지 않다. 옥수수들과도 대화를 시작하게 되면서 옥수수들은 우리에게 또다른 메시지를 전해준다. 식물도, 자연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소유당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에게는 인간의 관리 따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같이 존중받고 세상과 타자를 이해하는 길로 이어진 교감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 Monica Gagliano <Thus spoke the plant>

더 읽기

1/1-1/15

1/1

더 읽기

11/22-12/31

11/22

JRF에게서 빠르게 답장이 왔다. 헤드블럭을 떼서 보내달라고 한다. 마지막이다, 이게.

더 읽기

송년 인사

2020년 마지막 날, 물고기님들께 인사를 남깁니다.

저는 무사히 수확을 마무리하고 조금 누긋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지난 2 주 동안 귤을 따고, 포장을 하고, 쌓고 옮기고 보내느라 정신 없이 바빴습니다. 그래도 고마운 여러 친구들 덕에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하다 못 해 기이한 한 해였습니다. 하지만 나무들은 묵묵히 제 할 일을 해주었습니다. 여느 해 보다 더 진한 맛의, 더 많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해산'을 한 나무들의 수세도 나쁘지 않아서 그게 더 고맙습니다. 10 톤 가까운 귤들은 여기저기로 전해져 제가 알지 못하는 많은 '누군가'들을 기쁘게 해주었을 겁니다.

저의 첫 엘피도 (뜻밖에) 나왔고, (뜻밖에) 많은 환영을 받았습니다. 작업을 하면서 수백 번은 족히 더 들었을텐데, 소리골을 긁으며 엘피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전혀 다른 것이었습니다. 엘피를 갖고 계신 분들은, 다운로드 쿠폰으로 무손실 음원을 꼭 챙겨 들어 주세요. 어떤 쪽이 더 좋다, 고 말하긴 어렵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른' 소리들네요. 엘피로 앨범을 내니 이런 재미가 또 있군요. 이 또한 감사한 일입니다.

농원 일을 잘 마무리 하고, 요즘은 다시 소리를 모으러 다닙니다. 내년 초까지 마무리해야 할 일이 하나 있거든요. 어느 다국적 제약회사와 함께 의미있고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습니다. 이 일이 잘 마무리 되고 나면 봄이 올테고, '싱어송라이터'로서 또 앨범을 준비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여전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의 열 번 째 앨범은 어떤 모습일 지.

지금 바깥에는 거칠게 바람이 불고 우박이 쏟아져 내립니다.

내일이면 이 바람도 잔잔해 질테고, 저는 다시 바다로 소리를 담으러 나갈 겁니다.

하루도 남지 않은 올 해, 모두 수고했습니다.

이렇게 있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