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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31

5/1

예초 첫날. 최대한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오른팔 안쪽에 발진이 생겼다. 허니문이 끝난 건지도 모르지.

코임브라에서 샘플링해 온 Baumgardten & Heins의 소리를 다시 꺼냈다. 브람스가 연주했다는 19세기 스퀘어 피아노다.

아버님이 중환자실로 옮겨가셨다.

누나가 선물을 보냈다.

5/2

예초 이틀째. 맑은 날이다.

아버님 흉부 엑스레이 사진을 어머님이 보내오셨다. 한쪽 폐에 가래가 가득 차 있다고 하신다.

스퀘어 피아노 샘플링 계속.

5/3

오전에는 토양 검정용 시료 채취.

오후. 비가 거세지고, 오두막에 사람들이 몰려왔다. 적재와 재형형과 해듬이 그리고 안테나 스탭들이 와서 촬영을 하고 돌아갔다. 너무 오랜만에, 적재와 단둘이 얘기할 수 있어 좋았다.

5/4

하루 종일 거센 비가 내리는 날. 혹시나하고 보현을 데리고 나가봤지만 도저히 걸을 수가 없다. 보현은 계속 찡찡대고.

상파울루에 사는 Raphael과 첫 수업. 엄격한 선생님 같아 보이는데, 나쁘지 않다.

5/5

장대 같이 내리는 비. 아이톤 크레나키의 책 읽기 시작하다.

20 세기 초에 미국에 살았던 어느 유럽 연구자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가 호피 Hopi족 마을로 갔을 때였다. 그는 마을에 사는 노인와 인터뷰를 하고 싶은 마음에 그를 도와줄 동료를 찾았다. 마침내 조력자의 도움을 받아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은 바위 근처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이었다. 그를 기다리던 연구자가 결국 동료에게 물었다. "저분은 나랑 얘기하고 싶지 않은가 본데요, 그쵸?" 연구자의 물음에 동료가 답했다. "저분은 지금 언니와 대화를 하고 있네요." "근데 저건 그냥 돌 아닙니까?" 그때 그를 돕던 조력자가 이렇게 말했다. "네. 근데 뭐가 문제죠?"

호세 무이카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시민이 아니라, 소비자로 전락하고 있다.

브라질에는 아직까지도 대략 250여의 서로 다른 종족이 살고 있으며, 그들은 150 개 이상의 다른 말을 구사한다.

<페르시아어 수업>

너무 슬픈, 너무 따뜻한,

너무 고통스런, 너무 섬세하고

아름다운 영화.

(아마도) 일본에서 건너온 듯한 조율법 이름이 오히려 개념을 더 불분명하게 만든다. 내 방식대로 다시 이름을 붙여보았다.

Just intonation: 순정률 정수율

temperament: 보정율

mean-tone temperament: 평균(보정)율

12-TET: 평균율 균등(보정)률

1/4 comma: 1/4 오차 평균(보정)율

1/3 comma: 1/3 오차 평균(보정)율

well-tempered tuning: 적정율

*temperament라는 단어 자체에는 이미 정수율을 '보정'한 조율법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있다.

**바흐의 'well-tempered clavier (Das wohltemperierte Klavier)'는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이, 결코 아니다.

5/6

거센 비바람 부는 날. De Memória 작업.

5/7

효제 식구들을 만나서 점심을 먹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저녁을 굶었다.

5/8

아버님이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효제와의 약속을 급히 취소하고, 집을 봐줄 친구에게 메모를 남기고,

5/9

하루를 더 벌었다. 아버님이 조금 나아지신 것 같다.

수빈씨와 길게 통화.

5/10

새벽 2시 9분. 운명하셨다.

5/11-12

아버님을 보내드렸다. 찾아와준 많은 고마운 분들,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버님 영정 옆에서 De Memória를 계속 틀었다. 긴 long-form 곡으로 다듬어 봐야겠다.

5/13

아버님이 꿈에 나오셨다. 젊고 단단한 얼굴로, 그러나 무표정한 망자의 표정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또박또박 말씀을 하시고는 사라졌다.

5/14

De Memória. tape work.

5/15

오전에는 예보에도 없던 비가 미친 듯이 내리다 그쳤다.

계속 De Memória 작업. tape work.

아버님이 정말 떠나셨구나 생각했다.

아내가 돌아왔다. 상혁형 도경형과 통화하다.

5/16

조문 온 분들께 인사를 건넸다.

Grace Design 프리앰프와 Peak로 작업하다. 그런데 만들었던 소리가 도저히 재현이 안된다.

미뤄둔 자동차 검사를 해다. 공업사에 오래 혼자 두었던 트럭을 찾아왔다.

EBTG의 음반이 왔다.

'뮤직비디오'가 아닌 '댄스 필름'을 내놓은, 24년 만에 돌아온 그들에게 경의를.

5/17

근력운동 하다.

5/18

오두막에서 믹싱. 맘에 안 든다.

꽃이 많이 떨어졌다.

누나가 와인을 보내주었다.

Diego와 수업.

5/19

De Memória 다다시. 내장 신스로. Juno-60 inspired sound with filters.

동률이 보낸 윤형근님 책 도착.

밭에서 일을 할 때마다 눈에 문제가 생긴다. 안과에 가서 안약 세 개를 받아왔다.

소득세 서류 준비.

보현 때문에 속상한 날.

5/20

방제 #3-1: 점심을 먹고 오니 여수 호스가 밖으로 나와 약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죽고 싶을 만큼 땅에 미안하고 괴롭다. 아내와 바가지로 200 L 가량의 퍼 담았지만 300 L 정도는 이미 땅으로 들어갔을 터. 괴롭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엎질러진 물'이란 말이 딱 맞구나.

너무 많은 실수를 한 날. 완전히 리듬이 깨졌다. 밭에서 너무 오랜만에 네잎 클로버를 만난 날인데.

기진맥진한 하루.

De Memória.

대백로를 만났다.

5/21

방제 #3-2. 무사히 마치다.

5/22

비오는 날. "채식 농업"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다. 동물 유래 성분이 없는 농자재로만 농사를 짓는, 말하자면 '비건 농업'인셈인데. 유기질 비료도 유박과 같은 식물 유래 재료만 쓰는 것. 안될 것 없지 않을까. 게다가 초생 재배라면. 그런데 구아노 같은 새똥 비료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5/23

방제 #3-3. 무사히 잘 마쳤다.

5/24

기술센터에서 토양 검정 결과가 왔다. 결과지가 들어있는 봉투를 보고, 이게 2023년 관용 봉투라는 게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마그네슘 함량이 드디어 정상 범위 안에 들어왔다. 칼슘, 칼륨 수치, 유효인산까지 모두 올랐다. 작년에 뿌린 황산칼륨고토, 패화석, 골분의 영향이 그대로 나온 것 같은데 산도가 5.1까지 떨어진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올해는 고토만 조금 뿌려야할까. 하지만 유기자재 공시가 된 고토가 있어야 말이지.

전정. 쌍살벌집 만나서 벌집을 태우고 돌아오는 길. 벌은 아주 가까이 다가간 나를 쏘지 않았다.그런데 나는 벌을 죽였다. 그래야 했다는 것이, 그저 우울하다.

가는 비가 중간중간 내렸다.

Brian과 수업. 너무 좋다.

5/25-27 전주행

'멘토링'이란 말은 참 싫다. 누가 누구를 멘토링한다는 말인가? 단지 조금 일찍 태어나 조금 일찍 음악을 했다는 이유 하나로?

대정과 통화를 했다.

나의 삶, 나의 모든 것이 세상의 평균치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만 같아.

5/28

예초. 하루 만에 다 마쳤다. 그 전에 두 번을 가볍게 해두어서 그런 듯 하다. 덩굴이 사라진 곳에 달개비가 많아졌다. 가시덩굴성 풀은 예초를 미리 해두지 않으면 콘트롤이 안 된다. 벌레들이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최대한 천천히.

Brian과 수업.

비. 글쓰기. 올해 두견이 소리를 처음 듣다, <바라던 바다> 공연을 멀찌감치서 보다.

5/29

휴식. 운동. 비.

여덟번째 글 완성하고 가벼운 마음.

다섯 개 언어를 돌아가면서 듣고 있다. 밤에 기초 러시아어를 듣다, 대체 왜 이러나 싶어 채널을 꺼버렸다.

5/30

엄마 입원. MRI 결과 디스크는 아니란다. 믿을 수 있는지 모르지만.

5/31

전정. 모기가 많아서 모기향을 허리에 차고 일을 해야 한다. 몇시간 그렇게 일을 하다보면 모기향에 취해서 메스껍다.

키가 아주 큰 나무 하나를 전정하다. 쌍살벌이 위협을 하고 돌아갔다. 두번이나 땅에 바짝 엎드려서 벌을 피해야 했다.

밭일을 마치고 마이앤트메리 애들을 만났다. 다들 어찌나 그대로인지.